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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360 틈새시장 공략…‘작다고 앝보지마!

날짜 :
2006-06-09 10:45
글쓴이 :
스스로닷컴

- 출처 : 한경비즈니스

- 보도일 : 2006-05-12

- 원글보기 : 바로가기 링크


“줄을 서지 마라.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라.”

최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부티크형 로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부티크’(Boutique)는 원래 유행하는 옷, 구두 또는 보석류 등을 판매하는 소형상점을 의미하는 말. ‘부티크 로펌’은 말 그대로 변호사 5~10명 규모의 소형 로펌을 뜻한다.

물론 몸집이 작다고 모두 부티크 로펌은 아니다. 부티크 로펌과 중대형 로펌의 가장 큰 차이는 전문성이다. 대형 로펌이 민형사 사건은 물론 기업구조조정, 인수합병(M&A), 화의 또는 파산, 투자, 교통사고, 노동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변호사를 갖춘 백화점식 영업을 한다면 부티크 로펌은 소수 변호사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전문분야만 다루는 전문매장식 영업을 지향한다. 대형 로펌에는 대개 기업팀, 의료소송팀, 자동차손해배상사건팀 등 전문분야별 팀이 꾸려진다. 대형 로펌의 팀 하나가 떨어져나와 독자적인 로펌으로 만들어진 것을 부티크 로펌으로 보면 된다.

부티크 로펌의 탄생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티크 로펌들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 전후해서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출신으로 최근 ‘강남 모노레일 설치’에 반대해 주목을 받았던 최규호 변호사는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변호사가 송무(민형사 사건) 업무만 해도 웬만큼 먹고살 만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민형사 사건만 수임해서는 사무실 유지조차 힘들어졌다. 결국 새로운 시장,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경우 김&장, 광장 등 수백명의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로펌들이 송무는 물론 각종 기업 관련 사건을 대부분 수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몸이 아프면 서둘러 종합병원부터 찾는 식이다.

결국 대형 로펌에 가고 싶지 않거나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변호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특화된 영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연간 1,000여명의 법조인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법률시장 개방까지 이뤄질 경우 상당수 변호사들이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은 전문성이 강화된 소형 로펌의 증가를 재촉하고 있다.

2004년 11월 설립된 법무법인 베스트 역시 부티크 로펌으로 통한다. 서울 서초동 교대역 근처에 자리잡은 사무실은 2개층 모두 합해 160평 정도다. 내부에는 사무실 8개, 회의실 2개, 일반직원들이 일하는 사무공간이 전부다. 사실 변호사가 모두 7명뿐이니 더 이상의 공간도 필요 없는 셈이다. 대형 로펌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공동대표인 박정해 변호사와 위은진, 박진실, 김재련, 장윤정 변호사 등 이화여대 출신 여성변호사 5명이 포진, ‘아마조네스 로펌’으로도 유명한 베스트는 ‘이민·유학·비자’라는 전문성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정해 변호사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인구이동이 늘어나면서 ‘사람을 보내고 받는 문제’가 중요한 법률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베스트의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베스트가 관여하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외국에 나가는 사람’과 거꾸로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싶은 사람’에 대한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국적취득이나 난민의뢰, 외국인의 국내투자 등 업무도 하고 있다.

박변호사는 “무작정 이민을 갔다가 사기라도 당하면 국부유출이 된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 안정적 서비스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국내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를 관리해주는 것도 베스트가 하고 있는 일이다.

물론 전문성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 4명이 1주일에 2~3번씩 명지대 산업대학원 내 이민대학원에서 야간수업을 듣는다. 해외업무가 많다 보니 영어공부도 빼놓을 수가 없다. 매일 새벽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전문성을 타고난다기보다 전문성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 상당수 부티크 로펌의 특징이기도 하다.

박변호사는 “부티크 로펌들은 중대형 로펌보다 훨씬 작지만 한두 개의 전문분야를 특화해 중대형 로펌과의 경쟁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베스트의 경우 아직 성장하고 있는 부티크 로펌으로 분류되지만, 법조계에는 이미 성공해 해당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부티크 로펌들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한문철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스스로닷컴 법률사무소다. 스스로닷컴은 6명의 변호사를 포함한 25명의 인력이 오로지 교통사고 관련사건만 처리하는 국내 최강의 교통사고 전문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한문철=교통사고’는 서초동에서는 유명한 공식이다.

91년 서울지검 검사를 거쳐 9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 온 한변호사는 군법무관 시절 <교통사고의 법률지식>이라는 저서를 냈고, 95년부터 전국버스공제조합 고문변호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일찌감치 자동차 손해배상사건 전문변호사의 길로 나섰다. 한변호사가 만든 인터넷 사이트는 하루 접속자수만 2,500명이 넘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피해보상률이 낮고 고의성 등의 입증도 어려워 변호사들 사이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으로 통하는 ‘의료사건’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부티크 로펌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이끄는 법무법인 한강은 의료사건 변호의 1세대로 불린다.

최의원을 포함, 변호사는 9명밖에 되지 않지만 ‘담배소송’ 등 의료와 관련한 굵직굵직한 사건을 숱하게 맡아왔다. 의류분야에서 기념비적인 판례를 많이 이끌어내 ‘판례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신현호 변호사의 법무법인 해울 역시 의료 전문 로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치과의사 출신 1호 변호사인 전현희 변호사의 법무법인 대외메디칼로 역시 주목받고 있다. 전변호사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99년 개업 이후 의료소송에 집중해 왔다.

방송출연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이명숙 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률사무소 나우리 역시 이혼소송 관련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전문으로 하는 부티크 로펌에 속한다. 이밖에 민변의 핵심세력인 법무법인 시민은 고 조영래 변호사가 세운 노동전문 부티크 로펌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곳은 ‘줄을 서지 마라.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라’를 모토로 하고 있는 법무법인 두우다. 기동력 있는 로펌을 꿈꾸는 젊은 변호사들이 김&장을 나와 지난 94년 율촌을 설립했다. 얼마 뒤 율촌이 성장하자 이들 중 전문화된 부티크형 로펌을 지향하는 변호사들이 97년 독립, 두우를 설립했다. 최정환 대표변호사 등 7명의 변호사들은 두우마저 커지자 2002년 두우 청담사무소를 설립,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의 길을 달렸다.

그 결과 지금은 계약 관련 법률자문,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법률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강소(强小) 로펌’으로 굳게 일어섰다. <오페라의 유령>, <마이클 잭슨 콘서트>, <캐츠> 등 국내 무대에 오른 매머드급 콘서트나 뮤지컬은 대부분 두우가 자문을 했고 EMI, 유니버설, 소니BMG, 서울음반, JYP엔터테인먼트 등 굴지의 음반매니지먼트회사들도 모두 두우의 클라이언트다. 최근에는 상표권분야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티크 로펌들이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배경은 물론 전문성과 효율성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일단 특정 분야 위주로 사건을 맡다 보니 축적된 사례가 다른 곳보다 많다. 전문지식을 갖춘 변호사들이 집적된 데이터를 갖고 사건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개별 소송에서 정확한 쟁점 파악이 가능하고 소송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부티크 로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개척을 위해서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정 분야를 간판으로 내세울 경우 특화된 소송을 뺀 일반 송무사건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당장 필요한 사무실 유지비 등의 고민이 쌓일 수밖에 없다.

베스트의 경우 7명 중 4명이 유학·이민·비자분야 시장개척에 전념하고 있지만 나머지 3명은 일반사건에 매달리고 있다. 아직까지 전체 로펌 업무 중 출입국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다. 60%는 송무 업무가 차지한다. 송무로 번 돈을 출입국시장 개척에 쏟아붓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 등 급속하게 변하는 시장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곤·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k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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